포르쉐가 모두에게 꿈일 수 있는 이유

꿈, 포르쉐 디자인의 원천
꿈을 스케치하는 사람, 포르쉐 디자이너 정우성을 만났다. 자동차 디자인은 모든 산업 디자이너의 꿈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 중 포르쉐를 꿈꾸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백지 위에서 모두의 꿈을 탄생시키는 디자이너 정우성은 포르쉐의 디자인 부서, 스타일 포르쉐에서 일한다.

   

우리가 꿈꾸는 포르쉐는
손 끝에서 탄생했다.

이른 아침부터 성수동 모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달아올랐다. 수많은 기자들이 포르쉐 나우 성수에 모여들고 있었다. 베일에 둘러 싸인 포르쉐의 디자인 전담 부서, 스타일 포르쉐에서 일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정우성의 디자인 마스터 클래스를 듣기 위해서였다.

소수 정예 비밀의 숲, 스타일 포르쉐

정우성 디자이너가 한국에 방문한 건 이번이 첫 번째다. 지난 2022년 4월, 동대문 DDP에서 열렸던 포르쉐 이코넨 서울 전시에는 직접 디자인을 맡았던 ‘포르쉐 919 스트리트 콘셉트’ 설명 영상을 통해 참여했다. 919 스트리트 콘셉트는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우승했던 포르쉐 레이스 카, 919 하이브리드를 기반으로 공도 주행이 가능하도록 만든 하이퍼카 콘셉트다. 양산 계획은 없는, 어디까지나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한 디자인이었지만 포르쉐의 거의 모든 전통과 철학이 고루 묻어 있는 마스터피스였다.

"여러분이 바라보는 미래는 디자이너에게 현재와 다름없습니다. 포르쉐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언제나 여러분이 상상하는 미래보다 더 먼 미래를 그리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다음 모델이 어떤 차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하나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 역시 포르쉐일 것입니다."

지난 4월, 포르쉐 나우 성수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 현장에서 정우성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언씬(UNSEEN)‘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언씬(UNSEEN)은 포르쉐가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디자인은 완성했지만 양산은 하지 않은 15대의 특별한 모델들을 한 권으로 엮어낸 디자인 북의 제목이다. 스타일 포르쉐 내부에서 무수한 도전과 꿈이 시간을 초월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정우성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던 919 스트리트 콘셉트도 이 책에 수록되어 있었다.

스타일 포르쉐는 포르쉐 디자인 팀을 부르는 포르쉐만의 방식이다. 스타일 포르쉐 안에서도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종사하는 디자이너의 숫자는 채 10명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소수정예. 전 세계에서 선발된 디자이너들이 포르쉐를 더욱 포르쉐 답게 진화시키는 창조의 공간인 셈이다.

현장 스케치:

현장 스케치:

찰나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포르쉐 디자인 아이덴티티.

포르쉐가 포르쉐 답기 위해 필요한 것들

포르쉐는 탄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꿈의 지위를 놓친 적이 없다. 포르쉐라는 이름으로 양산한 최초의 자동차 포르쉐 356부터 가장 최근의 모든 모델들까지. 트랙을 불태우며 승리의 역사를 썼던 레이스카와 미래의 단서가 담뿍 담겨 있는 콘셉트카도 마찬가지다.

포르쉐가 포르쉐다울 수 있는 디자인 요소들은 집요하게 지켜냈다. 그대로 고수하면서 다채롭게 발전시켰다. 비율과 실루엣, 디테일까지, 단 하나의 선도 포르쉐가 아닌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브랜드 정체성을 이렇게까지 지키는 브랜드가 포르쉐 말고 또 있을까? 쉬운 일이 아니다. 위대한 여정에 가깝다.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일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캄캄한 밤에 멀리서 차를 봤을 때도 한 눈에 포르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야 해요. 그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입니다. 프로덕트 아이덴티티는 가까이에서 봤을 때 세부 모델들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이에요. 차종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죠."

정우성 디자이너에 따르면, 브랜드와 프로덕트 각각의 정체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포르쉐 디자인의 한 축이다. 디자인은 세 가지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첫 단계는 프로포션, 비율이다. 이 단계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현대적 디자인의 격언이 포르쉐 디자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 효율적이면서도 간결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수 많은 브랜드들이 디자인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포르쉐는 의연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정우성 디자이너가 말을 이었다.

"전기차 디자인에 있어서는 자유도가 더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유도가 늘어난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포르쉐의 DNA, 틀, 철학을 유지하면서 디자인하기 때문이죠. 전기차를 만든다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하거나 프로포션을 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디자인 스케치를 소개하는 그의 모습에서 무한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여전히 포르쉐이면서도 전기차의 개성과 캐릭터에 맞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과정. 내연기관 포르쉐와 전기차 포르쉐의 디자인 과정은 다르지 않다. 전기차 디자인에서는 공기역학 최적화가 지상과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로 인한 선과 면의 변화도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포르쉐는 내내 의연할 수 있다. 공기역학에 최적화된 형태의 구현이야말로 포르쉐의 전통이자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모든 도로에서 승리를 차지할 수 있다.

스타일링과 디테일은 프로덕트 아이덴티티를 보다 정확하게 구사하기 위한 과정이다. 모델에 따라 세세한 디테일을 면밀하게 구현해 낸다. 하나의 선에서 시작해 3차원으로 재현하고, 그렇게 완성한 3D 라인을 기반으로 면을 만든다. 하나 하나, 최초의 스케치와 비교해가면서 끊임없는 수정을 거쳐 완벽에 다가선다.

완벽한 꿈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것은

"포르쉐라는 브랜드는 헤리티지가 많기 때문에 저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자료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포르쉐만한 브랜드가 없습니다. 지금도 스케치할 때 가장 즐거워요. 항상 아이들이 그림 그리듯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포르쉐라는 브랜드의 엄격한 헤리티지와 철학을 따르는 일이 디자이너로서 제약으로 느껴지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정우성 디자이너는 이렇게 대답했다. 75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꿈’의 지위를 놓지 않은 브랜드. 포르쉐의 비밀을 살짝 엿본 듯했다.

포르쉐의 역사와 철학 자체가 이야기의 원천이자 영감이었다. 안다고 흉내 낼 수도 없는 비결이었다. 포르쉐야말로 스스로를 레퍼런스 삼아 영원히 진화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진 브랜드라서. 새로운 포르쉐를 위한 최초의 선을 긋는 순간부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임하는 디자이너가 있기 때문이었다.

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
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