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꿀을 채취하다

꿀벌과 미래
포르쉐코리아의 ‘빌리브 인 드림’ 꿀벌 정원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꾼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는 4년 안에 사라진다는 소리가 있다. 낭설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먹는 과일, 채소, 곡물 등 다양한 작물이 꿀벌이 옮긴 꽃가루로 종자를 맺고 종을 이어나는 것을 보면 꿀벌의 멸종 소식은 아찔하다. 농작물 생산량 감소는 물론이고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꿀벌은 작은 곤충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경이롭다. 꿀벌 한 마리가 1kg의 꿀을 만들려면 지구 6바퀴에 달하는 거리를 비행해야 하고, 꿀벌 한 마리는 하루 평균 2천 송이 꽃에서 수분 활동을 하며 꿀을 생산한다. 그런 이유로 꿀벌은 환경 상태를 알려주는 생태 지표종으로 알려져 있다.

꿀벌의 일을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전 세계적으로 기여 가치는 약 145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한해서도 약 6조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니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현대 사회에서도 꿀벌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문제는 전 세계 꿀벌 개체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굶어 죽는 군집붕괴현상이 2006년 미국에서 보고된 이래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매년 45.5%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꿀벌 개체 감소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기후변화다. 꿀벌은 온도 변화에 민감한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꽃이 피고 지는 기간이 줄어들어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졌다. 이는 군집붕괴현상으로 이어진다. 꿀벌이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이주하지 못한 것도 개체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도시화다. 벌목과 개발로 숲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꿀벌의 서식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벌 개체 감소는 더 늦기 전에 환경 파괴를 멈추라는 자연의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전 세계에 주어진 숙제는 자연환경을 지키고 회복시키는 것이다. 국가와 기업, 개인은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탄소를 절감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생태계를 회복하는 활동을 지속해서 펼치고 있다. 그중 도시 양봉 프로젝트는 꿀벌 서식지를 뺏은 인류가 보내는 화해의 손길이자, 도시에서 자연 생태계를 회복시켜 현대 사회와 자연 생태계의 공존을 모색하는 실험이라 할 수 있겠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판매된 '빌리브 인 드림 허니'

포르쉐는 오래전부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자연생태계 회복에 힘써왔다. 20년 전 포르쉐 AG는 라이프치히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을 지속가능한 방목 콘셉트로 설정하고, 연못, 습지, 목초지를 마련해 수많은 동식물에 자연 서식지를 제공했다. 서식지에는 꿀벌을 위한 자리도 있었다. 포르쉐 AG의 양봉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뒀는데, 약 300만 마리의 꿀벌이 132만㎡에 달하는 부지에서 한 해 400kg의 꿀을 생산했다. 포르쉐 AG 독일 본사에서 시도한 도시 양봉을 전 세계 상점 중 포르쉐코리아가 최초로 도입했다.

올해 3년 차를 맞은 포르쉐코리아의 도시 양봉 프로젝트 ‘빌리브 인 드림(Bee’lieve in Dreams)’은 도시에 꿀벌 정원을 만들어 멸종 위기에 처한 꿀벌 서식지를 확대하고 나아가 밀원식물로 구성된 녹지를 확대 조성이 목적이다. 꿀벌 정원의 위치는 서울 대모산 자락이며 면적은 247㎡(약 75평) 규모에 달한다. 포르쉐코리아는 시민들이 사계절 내내 밀원식물을 감상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정원의 60%에 달하는 면적에 추가로 심었다. 서울에서 가장 밀도 높은 콘크리트 정글에서 자연 생태계 회복이 시도되고 있다.

포르쉐 꿀벌 정원이 자연환경에 이바지한 점은 크다. 정원의 밀원식물은 꽃 사과, 복숭아, 단풍나무 등 총 50종에 달하고, 나무는 총 423그루로 생물 다양성을 이룬다. 꿀벌이 서울 도심에서 꿀과 꽃가루를 교환할 풍요로운 환경이라 하겠다. 정원에는 현재 약 20만 마리의 꿀벌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 성실한 일꾼들은 쉬지 않고 꿀을 채취해 벌통 10군에서는 한 해 약 120kg의 꿀이 생산되고 있다. 수량으로 환산하면 약 450병에 달하는 규모다. 나아가 정원의 빼곡한 423그루의 나무는 총 15,101.1g의 미세먼지를 줄이고, 서울 시민들에게는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포르쉐코리아는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도시 양봉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총 200여 명의 시민에게 꿀벌의 중요성을 알렸다.

꿀벌정원에 식재된 꽃잔디:

꿀벌정원에 식재된 꽃잔디:

한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주 흔한 밀원식물이다. 이 작은 식물에게서도 꿀이 나온다.
육각형의 벌집 세상에서 꾸는 벌들의 꿈. 우리의 꿈도 그 작은 세상에서 출발한다.

꿀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연 생태계에 관심을 두게 된 시민들, 그리고 그냥 꿀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꿀벌 정원에 직접 투자할 기회가 생겼다. 포르쉐코리아는 대모산 꿀벌 정원에서 처음 수확한 ‘빌리브 인 드림 허니’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판매했다. 포르쉐코리아는 크라우드 펀딩 수익금은 모두 밀원식물 식재에 사용하며, 꿀벌과 자연의 중요한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도시 양봉은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 생태계를 개선하고, 시민들에게 자연을 되돌려주며,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미래는 영원히 미지일 테지만, 포르쉐코리아의 ‘빌리브 인 드림’처럼 현실 속 작고 미약한 것에서도 소중한 가치를 발견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긍정적일 것이다. 

조진혁(자동차 칼럼리스트)
조진혁(자동차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