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타이칸

A Life Less Ordinary: 지금 이 곳의 미래, 포르쉐 타이칸과의 정확한 일상

  

타이칸이 완벽한 포르쉐라는 건 트랙에서 흠뻑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일상은 어떨까? 몇 킬로미터나 달릴 수 있을까?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직접 경험해 봤다.

그때, 우리는 트랙 위에 있었다. 포르쉐 타이칸의 론치 콘트롤 기능을 활성화 하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을 때, 우리는 이제 한 번 떠나면 돌아올 수 없는 신세계로 떠나는 것 같았다. 타이칸에선 다른 어떤 자동차에서도 들어본 적 없었던 소리가 났다. 자동차의 개념을 훌쩍 벗어난 것 같은 소리. 비행기가 시공을 초월할 수 있다면 이런 소리를 낼까? 우주선? 그건 너무 거대하고 정적인 느낌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고, 정말이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모빌리티에 어울리는 감각. 말하자면 우주에서의 전투를 위한 탈 것 같았다.

소리만 낯선 게 아니었다. 몸이 느끼는 이런 감각, 오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거의 모든 감각이 새로웠다. 타이칸에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를 쓴 건 알겠는데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지? 내 몸의 장르도 바뀐 것 같았다. 트랙에서 시승했던 타이칸 터보 S의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성능은 딱 2.8초였다.

몇 번의 코너를 탈출하는 동안 트랙의 아스팔트가 사라진 것 같았다. 진공상태? 무중력 상태? 지금껏 지구에서 느껴왔던 모든 물리법칙으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진 것 같은 느낌으로 몇 번이나 뒷바퀴를 날리면서 트랙을 달렸다. 트랙이 끝난 후 피트로 돌아오는 건 아주 오랜만의 귀환 같았다. 안전하게, 다시 지구인이 되었을 땐 안도와 섭섭함이 교차했다. 조금 더 타고 싶었지만... 타이칸과 함께 보낸 트랙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 됐다.

이제 궁금한 건 일상이었다. 타이칸을 가졌다고 매번 트랙을 달릴 건 아니니까. 냉정하지만, 포르쉐가 트랙을 잘 달린다는 건 당연한 얘기일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의 세계에선 포르쉐에게도 모든 게 처음이었다. 게다가 제원상 주행가능거리는 289km. 빠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혹시 귀찮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게다가 썩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주행가능거리에 대해 갖고 있는 묘한 환상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었다. 부산까지는 시원하게 한 번에 갈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물으면서 성능을 가늠하고 싶어하는 눈빛 속에 의심이 가득했다. 그래서 달려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배터리를 87퍼센트 정도 채워놓은 타이칸을 세워두고 잠에 들었던 날, 내가 원하는 속도대로 우주를 날아서 다른 행성을 놀러 가는 꿈을 꾸었다.

이튿날 아침은 현실이었다. 일정은 만만치 않았다. 출발은 용산, 일단은 은평구, 이후에는 성수동 사무실, 그 다음은 광화문 점심 식사, 오후와 저녁 사이에는 연남동으로 가야 했다. 전원 버튼을 꾹 눌러 타이칸의 잠을 깨웠을 때, 배터리는 여전히 87퍼센트였다. 주행가능거리는 317킬로미터. 온도는 영해 1.5도였다. 제원상 주행가능거리보다 28킬로미터를 더 달릴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차이. 이 차이만으로도 집과 사무실 사이를 두 번 왕복하고도 3킬로미터가 남는 수치였다.

타이칸이 바꿔놓은 도시의 풍경에 대하여:

타이칸이 바꿔놓은 도시의 풍경에 대하여:

타이칸은 세 가지 놀라움을 숨기고 있었다. 첫째는 편안함, 둘째는 우아함, 셋째는 정확함

이제 본격적인 주행, 만만치 않은 일상 검증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주차장을 나와 큰길에 들어서자 도로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타이칸에 꽂혔다. 내내 익숙한 우리집 주차장은 한 순간 비행선 격납고처럼 느껴졌다. 타이칸은 현재와 미래를 뒤섞는다. 뛰어난 자동차는 일상의 이미지를 이렇게까지 바꿔 놓는다. 용산에서 은평구 목적지까지의 내비게이션 상 거리는 약 13km였다.

스티어링 휠의 열선을 켜고 실내온도는 22도로 맞춰 놓고 도로 흐름에 따라 달렸다. 신호대기 후,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을 땐 제한속도를 넘지 않는 한 시원하게 밟기도 했다. 도착했을 때의 배터리 상태는 80퍼센트, 주행거리는 12.7킬로미터였다.

다시 성수동 사무실까지 21.8km를 더 달리는 동안 배터리 충전량은 70%가 되었다. 내부순환로에서의 정체가 효율을 떨어뜨렸다. 이 때의 주행가능거리는 251km였고, 도로 위의 타이칸은 트랙에서 느끼지 못했던 세 가지 놀라움을 숨기고 있었다. 첫째는 편안함, 둘째는 우아함. 셋째는 정확함.일상의 타이칸은 능숙하고 농익은 패밀리 카 같았다. 겉모습에서는 짐작하기 힘든 장점이었다. 뒷좌석과 뒷문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파나메라를 연상시키지만 실루엣은 911에 가까우니까. 일상보다는 트랙에 가깝고, 가족보다는 싱글에 어울리는 차 같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타이칸의 뒷좌석에서는 어린 아이라도 편안할 것이다.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신다고 생각해도 마음 졸일 일 없고, 갑자기 만나게 된 어떤 어른과 함께라도 떳떳할 것 같았다.

일반적인 도로 주행 상황에서의 타이칸은 거의 세단 수준으로 편하고 부드러웠다. 굉장한 완성도의 고급 세단. 도로에서 만나는 어떤 세단도 부럽지 않을 만큼 든든하고 호사스러운 주행감각을 가진 그런 세단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포르쉐 퀄리티’가 그대로 느껴지는 성숙한 감각이 실내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포르쉐는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만 진화한 게 아니었다. 타이칸은 포르쉐 주행감각 전체의 스펙트럼을 적극적으로 넓히는 데 성공했다는 황홀한 증거이기도 했다. 이래야 매일 탈 수 있다. 어디든 부담없이 함께할 수 있다. 이런 감각이야말로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라는 뜻이다. 조수석과 뒷좌석에 타는 손님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고, 달리는 내내 우아함을 만끽할 수 있는 전기차 포르쉐라니.

성수동 사무실에서 몇 가지 일을 처리하는 동안 1층 주차장에 있는 완속 충전기에서 충전했는데, 약 1시간 동안 배터리 충전 상태는 82%가 되었다. 12% 정도 충전됐고, 주행가능거리는 301km로 늘었다.

이토록 우아하고 놀랄만큼 편안한 일상:

이토록 우아하고 놀랄만큼 편안한 일상:

이제 정확함을 만끽할 차례였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배터리 충전 상태와 주행가능거리의 정확성이야말로 타이칸의 미덕이었다. 성수동에서 출발해 광화문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카페로 향하는 길. 아침에 길을 나선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총 주행거리는 51.6km. 배터리 충전상태는 73%, 주행가능거리는 257km였다. 카페를 나섰을 때 배터리는 71%. 주행가능거리는 252km였다. 주행 모드는 노멀(normal). 히터와 스티어링 휠 열선과 오디오는 내내 끄지 않았다. 기본 세팅에 도로 상황과 운전 습관을 기민하게 반영한 결과, 모니터가 보여주는 수치는 실시간으로 변했다. 이대로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달리면 정확히 289km가 될까?

운전 습관은 모든 운전자가 다르다. 주행 상황은 매일이 다르고 타이칸과 함께할 일상의 양상도 날짜만큼 다양할 수 있다. 이럴 때의 믿음은 ‘나만 믿으라’는 큰소리에서 오는 게 아니다. 몇 백km를 달릴 수 있다는 통계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그때그때, 예민하게 판단해 정확하게 보여주는 일이야말로 믿음의 시작일 수 있다. 진짜 신뢰는 제원 수치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튿날은 자유로를 달려 서울을 벗어났다. 레인지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넘나들며 맘껏 주행했다. 연비주행과 스포츠 주행을 반복하는 상황. 레인지모드로 바꾸면 주행가능거리가 즉시 10km 정도 늘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노멀모드일 때보다 약 8km 정도 줄었다.

최악의 상태를 가정해볼까? 깜빡 잊고 충전을 못한 어느 날 오후, 노멀모드 상태에서 주행가능거리가 2km밖에 안 남았다. 회사나 집까지의 거리는 만만치 않다. 바로 그럴 때 레인지 모드로 바꾸면 타이칸이 차체의 모든 컨디션을 조율해 배터리 효율을 최대치로 유지한다. 그래서 10km의 주행가능거리를 즉시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순간, 반경 10km 이내에서 급속 충전기를 찾는 일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www.ev.or.kr)에서 전기차충전소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말이지 생각보다 풍성한 선택지를 누릴 수 있다.

충전할 때도 가차없이 빠르고 정확한 성격

집이나 직장 가까운 곳에서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다면 충전 때문에 조바심에 시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주행하는 승용차의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31.7km다. 타이칸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충전으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집이나 회사에 전기충전기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테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라도 타이칸과 일상을 소화하는 일이 그렇게 고되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미 타이칸과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오너들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충전하는 것으로 불편도 불안도 없는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주행하는 승용차가 하루 동안 이동하는 평균 거리는 31.7km라고 한다. 주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충전이 가능한 휴게소의 위치 정도를 미리 알아 놓는 것으로 충분할 일이다.

타이칸은 최적의 조건에서 5분 충전에 100km의 주행가능거리를 충전할 수 있는 800V 충전을 지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급속충전소는 아직 400V 시스템을 쓴다. 자유로를 달려 도착한 일산 킨텍스 전기 충전소에서, 배터리 32% 상태에서 81%까지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35분이었다. 주행가능거리는 다시 300킬로미터를 넘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는 여러모로 마음을 놓고 타이칸과의 운전 자체를 즐겼다. 레인지 모드의 느긋함과 노멀 모드의 일상성, 스포츠 모드의 속도와 E-스포츠 사운드 모드의 미래적 감각까지를.편안하고 우아한 성격인데 필요할 땐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냉철하고 정확하기까지 한 친구와 내내 동행하는 기분이 이럴까? 타이칸은 거짓말은 할 줄도 모르고 내내 겸손한 성품의 친구 같았다. 다시 도착한 서울에선 타이칸의 시대성에 대해 생각했다.

포르쉐의 미래는 과거를 배척하지 않는다. 현재를 겁박하지도 않을 것이다. 타이칸은 또렷한 미래이자 즐길 수 있는 현재로서 2021년의 오늘과 맞춤으로 어울린다. 덕분에 도도한 시간의 흐름, 치열한 기술의 진보 위에서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풍요로워졌다. 포르쉐는 또 하나의 완벽한 포르쉐를 창조했다. 지금,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최전선의 포르쉐. 타이칸(Taycan)은 ‘활기가 넘치는 젊은 말’이라는 뜻의 터키어다.

정우성
정우성

연료 소비

타이칸 4S (Performance Battery Plus)

WLTP*
  • 24.1 – 20.4 kWh/100 km
  • 0 g/km
  • A Class

타이칸 4S (Performance Battery Plus)

연료 소비
전기 소모량 복합 (WLTP) 24.1 – 20.4 kWh/100 km
복합 CO₂ 배출량 (WLTP) 0 g/km
CO₂ class A

타이칸 4S (유럽 기준)

WLTP*
  • 24.1 – 19.8 kWh/100 km
  • 0 g/km
  • A Class

타이칸 4S (유럽 기준)

연료 소비
전기 소모량 복합 (WLTP) 24.1 – 19.8 kWh/100 km
복합 CO₂ 배출량 (WLTP) 0 g/km
CO₂ class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