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 Time: 86시간 00분 00초 00
1970년 8월, 레이싱카 64대가 뉘르부르크링 서킷 그리드에 정렬했다.
그리드 앞쪽에 자리 잡은 레이싱카는 포르쉐 914/6 세 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레이스 트랙 위, 출발을 앞둔 레이싱카 주변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 깔려 있었다. 새벽 1시, 레이싱카 무리가 마라톤 드 라 루트 (Marathon de la Route) 그리드를 출발했다. 앞으로 86시간 동안 피로와 운전자 실수, 기술적 결함에 맞서야 한다. 쥐트슐라이페와 노르트슐라이페를 지나는 한 랩의 거리는 28.29km. 커브가 50개이고 바닥은 기복이 심하다. 트랙 가장자리에는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
아이펠 고원에서 겪는 고통의 시간은 포르쉐가 914/6의 역동성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폭스바겐과 공동으로 개발한 미드십 스포츠카를 위한 극한 마케팅인 셈이다. 워크스 레이싱카 세 대는 각각 160마력 출력을 냈고, 경량 부품, 차동잠금 장치, 초대형 연료 탱크, 강화 브레이크, 개선한 서스펜션, 레이싱용 조명 시스템을 갖췄다. 각 팀은 수많은 테스트 주행을 했고, 바이작에서 밤낮으로 트랙을 돌았다. 레이서 아홉 명 모두 비상시에 대비해 차를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훈련받았다. 수 시간에 걸쳐 진이 빠지도록 달렸지만 레이서들은 정교하게 실력을 키웠고, 엔진 회전수를 한계에 몰아붙이며 기록을 단축해나갔다. 워크스 914/6의 가장 빠른 레이싱 랩 타임은 12분 38초. 아케 안데르손, 기 샤쇠유, 그리고 비요른 발데가르트가 엔트리 넘버 3을 받았다.
마라톤 드 라 루트에 출전한 차 중 상당수가 중도에 떨어져 나갔고, 총 64대 중 단 24대만 끝까지 달렸다. 나흘 넘게 달린 레이스에서 포르쉐는 위풍당당하게 결승점을 통과했고, 1~3위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참가 번호 1번 클로드 할디, 제라드 라루스, 헬무트 마르코가 360 랩을 돌아 모두 1만184km 거리를 질주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최고 랩타임에 빛나는 비요른 발데가르트 팀은 2위를 기록했다. 클로드 발로 레나, 니콜라스 쿠브, 귄터 슈텍쾨니히가 3위로 들어와 대미를 장식했다.
이 9명의 레이서들은 장엄한 쾌거를 올리며 914/6은 포르쉐 특유의 질주 본능뿐만 아니라 탁월한 신뢰성을 증명했다. 정비 기록에 따르면 레이싱카 한 대당 타이어는 단 한 번 교체했다. 이 밖에 손상된 퓨즈 두 개, 미등 전구 한 개, 떨어진 윈도 레버 두 개를 바꿨을 뿐이다.
1970년 8월 18~22일
마라톤 드 라 루트 / 86시간 레이스
독일, 뉘르부르크
서킷 길이 28.29km
클로드 할디 / 제라드 라루스 / 헬무트 마르코
포르쉐 9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