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칸, 전기차 강국인 우리나라에게 주는 메시지

Porsche Korea: ‘Soul, Electrified’ 이것은 전기차 신흥 강국인 대한민국에게 주는 자동차 대선배의 조언이었다.

  

Porsche Taycan Turbo S
전기 소모량 복합: 26.9kWh/100km
CO2 배출량 복합: 0g/km (2019/10 기준)

남 산은 원래 한강변에 있는 도성 밖의 산이었다. 그런데 서울이 팽창하면서 어느새 건물과 도로들로 포위당한 모양새가 되었다.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남산은 터널을 뚫어서 지나가야 하는 도심 교통의 애물단지가 되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남산의 입지위는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대도시 한 복판에 자리잡은 천연의 산인 남산은 회색 도시 안의 푸른 샘물로, 그리고 서울을 숨쉬게 해 주는 허파로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된 것이다.

포르쉐 최초의 순수 전기차 타이칸이 우리 나라에 첫 선을 보였다. 그리고 그 장소는 바로 남산이었다. 남산이 자동차 브랜드들에게 유명한 행사 포인트라는 점도 물론 있겠지만 이번 타이칸과 남산의 조합은 새삼 남다르게 느껴진다.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에 자연의 생명력을 듬뿍 주는 남산처럼 세계 최고의 스포츠 카 브랜드인 포르쉐에게 타이칸도 여러 가지 의미로 생명력, 특히 미래차 시대로의 전환기에 소중한 방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사실 내가 타이칸을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독일 – 캐나다 – 중국에서 동시에 개최된 타이칸 월드 프리미어에서 처음 만났고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다시 만났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번의 만남이 주는 감흥은 서로 달랐다.

홀가 게어만 대표 미디어 공식 데뷔:

홀가 게어만 대표 미디어 공식 데뷔:

월드 프리미어가 동시에 개최된 독일 – 캐나다 – 중국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타이칸을 직접 연결하였다. 독일 베를린 근교의 태양광 발전소,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력 에너지, 그리고 중국 푸저우 연안의 풍력 발전소는 타이칸으로 시작되는 포르쉐 전기차는 CO2 뉴트럴의 친환경 미래차 세상을 지향한다는 의지를 행사와 장소로 형상화한 것이었다. 내가 갔던 중국 행사장에서 타이칸이 첫 선을 보인 뒤 무대의 뒤편 벽이 열렸을 때의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흰색 타이칸과 그 뒤의 깜깜한 밤하늘을 찌르고 줄지어 늘어선 거대한 픙력 발전기들은 우리가 지금껏 친환경 에너지에서 연상했던 깨끗하지만 가녀린 초식남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간결하지만 강력한 이미지를 한 앵글 안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의 타이칸은 글자 그대로 제왕이었다. 포르쉐를 대표하는 스포츠 카 911과 718, 21세기 포르쉐의 부흥을 이끌었던 카이엔과 마칸, 그리고 GT 설룬의 결정판을 보여준 파나메라 등의 내로라하는 모델들을 이끌고 무대 중앙을 차지한 것이 바로 타이칸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브랜드들이 본격적인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타이칸은 스포츠 카 브랜드, 그것도 포르쉐의 순수 전기차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요컨대 포르쉐 타이칸은 미래차 시장에서도 강자의 입지를 놓지 않기 위한 새로운 포르쉐 브랜드 왕조를 여는 첫 왕이기 때문이었다.

타이칸은 전기차 이전에 포르쉐다.

타이칸은 우리 나라에서 첫 선을 보이면서 동시에 또 하나의 ‘최초’가 되었다. 최근 포르쉐 코리아에 부임한 홀가 게어만 대표의 국내 데뷔 무대가 바로 타이칸 국내 론칭 행사였던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여는 첫 모델인만큼 부담이 없지 않았을텐데 타이칸의 의의를 꼼꼼히 소개하는 게어만 대표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했다. 마치 소리 없이 엄청난 고성능을 발휘하는 타이칸처럼 말이다.

게어만 대표는 타이칸은 포르쉐의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은 ‘포르쉐 E-모빌리티’ 전략을 이끄는 첫 모델임을 알렸다. 그리고 포르쉐의 미래차 지속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들은 모두 CO2 뉴트럴, 에너지 밸런스 등의 친환경 성능을 미래차 지속 가능성의 핵심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포르쉐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포르쉐는 스포츠 카 브랜드라는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미래에도 가슴을 뛰게 하는 스포츠 카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을 스포츠 카의 지속 가능성이라고 포르쉐는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 다시 만난 타이칸은 훨씬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세번째 만남이라서 꽤 친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 나라 하늘 아래서, 우리 남산 기슭에서 만난다는 공간적인 친숙함은 드디어 타이칸이 우리 나라에도 들어온다는 실감을 북돋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포르쉐 코리아의 전문가들이 타이칸을 조목조목 세밀한 사항까지 소개하는 제품 소개 세션을 통하여 타이칸의 더 내밀한 부분까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이미 알고 있듯이 타이칸 터보 S는 오버부스트 최고 출력 761마력, 최대 토크 107.1kg·m를 발휘하는 고성능 전기 구동 장치가 핵심이다. 시속 100km까지 2.8초, 그리고 시속 200km까지도 10초 이내에 끊어내는 성능은 포르쉐 스포츠 가문의 일원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배터리 한 번 충전에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고 80% 충전에 20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회생 제동으로 무려 265kW, 즉 360마력의 에너지를 회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항속 거리과 충전 시간을 이렇게만 이야기한다면 그건 너무나도 진부하고 평범하다. 포르쉐라면 다른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역시 포르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타이칸이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 93.4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 그리고 265kW의 엄청난 회생 제동을 제공하는 이유는 여느 전기차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운전자의 달리고 싶은 뜨거운 마음을 방해하지 말자’ 그랬다. 이것 또한 포르쉐의 스포츠 철학의 지속 가능성이었다.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짧은 시간에 담고, 달릴 때도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회수하여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달릴 수 있게 해 주자는 것이었다. 타이칸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는 아니지 않냐는 이들이 있다. 그 대신 여러 번 반복해도 가속 성능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포르쉐의 설명도 변명이라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게 변명 차원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론칭 행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정지에서 시속 200km 까지 가속 시험을 무려 26번이나 반복할 수 있었고, 모든 기록이 10초 이내, 즉 공식 제원인 9.8초에 가까이 기록되었으며 최초의 기록과 마지막 26번째 테스트 결과의 차이가 1초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서울 정도의 이른바 ‘포르쉐식 지속 가능성’이었다. (그렇다면 공식 제원상의 기록인 9.8초보다 빠른 기록도 상당히 많았다는 소리다.)

남산, 서울, 대한민국, 포르쉐 타이칸:

남산, 서울, 대한민국, 포르쉐 타이칸:

타이칸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지속 가능성은 새시의 많은 부분을 파나메라와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즉, 타이칸은 몇 대 만들고 마는 샘플 모델이 아니며 오늘날의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더하여 미래의 자동차로 나아가는 또다른 ‘지속 가능성을 위한 모델’인 것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다시 만난 타이칸은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조만간 우리 나라 도로에서 다른 차들과 함께 있는 타이칸의 모습을 그려본다. 디자인에 대한 호 불호는 있겠지만 타이칸이 911의 실루엣을 이어받았으면서도 미래를 우리 앞으로 당겨 온 새로운 시대의 포르쉐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무대 안, 한밤중의 중국에서 만났던 타이칸을 밝은 햇빛을 받으며 서울의 중심인 남산 기슭에서 만났다. 가슴이 뛴다. 타이칸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전기차도 역시 자동차입니다. 가슴이 뛰어야 하죠.’ ‘Soul, Electrified’ 전기차 신흥 강국인 대한민국에게 주는 자동차 대선배의 조언이었다.

Dirk Böttcher
Dirk Bött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