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만남

레이싱 트랙에서 프랑크 슈테펜 발리저(Frank-Steffen Walliser)는 마치 야생 동물 같다. 왜냐하면 그가 2019년 911 및 718 시리즈 생산 책임자가 되기 직전까지 포르쉐 GT 모터 스포츠를 책임졌기 때문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나 포르쉐에 직업훈련생으로 입사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그는 포르쉐와 함께 숨쉬고 있다. 도로 아스팔트만 보고도 어떤 레이싱 트랙인지 맞출 정도다. 오늘 목적지는 독일 호켄하임(Hockenheim)이다.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 앞에서 ‘모비딕(Moby Dick)’이 기다리고 있다. 모비딕은 911의 변종에 속하는 1979년산 터보 익스트림 스포츠카다.

  

Porsche 911 Turbo S 모델
연비 도심: 15.9–15.5l/100km
고속도로: 8.6l/100km
복합: 11.3–11.1l/100km
CO2 배출량 복합: 257–254g/km (2020/03 기준)

“선구자적 성능은 언제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진가가 보인다.” 프랑크 슈테펜 발리저

발리저 씨, 레이싱트랙 사령탑이 그립습니까?

물론입니다. 모터 스포츠에 한번 빠지면 그 열정을 쉽게 버릴 수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레이싱에 열광합니다. 모터 스포츠는 승부가 바로 결정됩니다. 변명의 여지없는 명확한 결과가 나오거든요. 물론 저는 새 직책을 받아들이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 직무도 물론 예전 업무만큼 쉽지 않습니다. 모터 스포츠 부문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구체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한다면, 신차 개발에 확실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비딕’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포르쉐 935/78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차는 935에서 가장 강력한 버전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911이고, 저에게는 영원히 매력적인 레이싱카입니다. 2018년 공개된 신형 935를 클럽 스포츠카로 개발할 때 엔지니어들은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둘러앉아 모비딕을 감상했습니다. 벤치마킹을 한 것이죠.


차에 올라타 먼저 ‘모비딕’에 대해 알아본다. 포르쉐 935는 가능성이 무한한 911 모델을 가장 폭넓게 해석한 차다. 레이싱에는 4번 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3.2L 6기통 엔진은 수랭식 4밸브 실린더 헤드가 장착된 최초의 포르쉐 엔진이었다. 다만 실린더 자체는 여전히 공랭식이었다. 2개의 소형 터보차저가 있어 1개의 대형 차저가 있는 이전 엔진보다 스로틀 반응이 훨씬 기민했다. 기존 레이싱에서는 차지 에어 쿨러가 장착된 박서 엔진으로 순간 최고 출력이 621kW(845마력)이었지만, 르망에서 마라톤을 하려면 750마력의 출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했다. 그 후 다른 어떤 911 변종도 이러한 엔진 출력에 도달한 적이 없었다. 당시 그룹 5 경기를 위해 엔지니어들은 911 시리즈 차체에서 규정이 허용하는 모든 것을 들어냈다. 그런 뒤 알루미늄 튜뷸러 프레임을 추가하고 공기역학적으로 최적화된 차체를 씌웠다. 1025kg에 불과한 GT 레이싱카는 1978년 단 한 번의 르망 출전에서 366km/h까지 가속했다.


최초의 터보엔진 경험을 기억하시나요?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합니다. 2000년의 어느 주말이었죠. 996세대 911 터보를 몰고 나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함부르크로 갔다가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새벽이라 도로가 막히지 않았습니다. 5시간 반 만에 거의 700km를 주파했죠. 그 때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터보라는 말이 뜻하는 ‘막강한 출력’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브랜드 각인:

브랜드 각인:

Intern, graduate student, and doctoral candidate, overall project manager of the 918 Spyder, vice president of Porsche Motorsports—Frank-Steffen Walliser’s career at Porsche has been nothing less than turbocharged. And now the Stuttgart native is vice president of the 718 and 911 model lines.

터보라는 단어는 어디서 느껴지는 걸까요? 머리? 가슴? 아니면 육체?

저는 엔지니어입니다. 터보는 일단 배기가스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기능이 있는 열역학 기계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이성으로 이해하는 것이죠. 하지만 결과와 경험은 감정적이고, 가슴과 몸으로도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911 터보에는 체험 가능한 원초적이고 압도적인 힘과 기술적 매력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포르쉐는 ‘모비딕’ 같은 차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포르쉐는 모터스포츠를 위해 항상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기술을 다듬어 시리즈 생산에 성공적으로 적용했죠. 모든 혁신 기술 중 터보차저가 대표적인 예죠. 터보차저는 도입할 때만 해도 특이한 레이싱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광범위한 시리즈에서 표준 기술로 정착했습니다. 포르쉐에서는 진정한 기술 발전이 레이싱카에서 도로주행차로 이어집니다. 터보 차저는 출력, 연비 절감, 스로틀 반응 등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죠. 터보 차저 개발 당시의 가장 중요한 인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911에서는 8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이죠. 사륜구동식 신형 터보는 경이로운 견인력을 발휘하는 911의 품질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립니다.

터보가 장착된 것과 터보라고 불리는 것은 포르쉐에서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그 차이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실제로 오늘날 GT 모델을 제외한 모든 신형 911에는 터보 차저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거의 모든 포르쉐 차에도 마찬가지죠. 이 기술은 대부분의 포르쉐에 당연하게 적용되지만 모든 차가 ‘터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포르쉐에서 ‘터보(Turbo)’란 최고를 의미하며, 톱모델과 동의어입니다. 독일어권에서 ‘템포(Tempo)’라 하면 누구나 휴대용 티슈를, ‘테사(Tesa)’라 하면 접착테이프를 떠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죠. 따라서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타이칸의 톱모델에도 ‘터보’라는 접미어가 마땅히 붙어 있습니다.

신형 911 터보 S는 2개의 VTG 차저가 장착된 신형 3.745cm3 박서 엔진에서 650마력의 (연비 도심: 15.9–15.5l/100km, 고속도로: 8.6l/100km, 복합: 11.3–11.1l/100km, CO2 배출량 복합: 257–254g/km) 출력을 내는데, 이전 모델보다 70마력 높습니다. 포르쉐 역사상 최고 출력 향상이 지금 꼭 필요했나요?

탁월한 출력은 포르쉐의 핵심적, 전통적, 감정적인 요구입니다. 911 터보는 반드시 그 대명사가 되어야 합니다. 991은 높은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높은 수준에서는 확실한 향상을 통해서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출력 상승은 반드시 감지되어야 하고, 우리는 성공했습니다.

절친한 친구:

절친한 친구:

When Porsche presented the first turbo in 1974, Frank-Steffen Walliser was just five years old. His favorite model car was the embodiment of the power of Porsche. The legendary Moby Dick became his turbo dream.

개발 목표에서 최우선 순위는 무엇이었나요?

반드시 일상생활에 유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911 터보는 다른 고성능 스포츠카와 차별화됩니다. 전용 윈터 타이어도 있으며, 장거리에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사계절 자동차입니다. 또한 911 터보는 놀라움을 안겨주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두 번째 개발 목표였습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섀시와 스포츠 배기시스템 등의 새로운 기능으로 터보의 성능이 훨씬 향상되었습니다.

특성에 관한 질문입니다. 신형 911 터보는 결국 어느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그란투리스모가 될까요, 아니면 철저한 레이싱카가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레이싱카 쪽으로 마음이 약간 기울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우리를 항상 따라다니고, 계속해서 두 방향 모두를 지향합니다. 2~3년 동안 토론, 실험, 미세 조정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룹니다. 911 터보에 스포츠 능력은 어느 정도 부여하고, 일상적 유용성은 얼마나 많이 유지해야 할까? 어떤 사운드가 특성을 부각하고, 어떤 소음 수준이 먼 거리에서 듣기 싫을까? 제품 특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포르쉐의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GT3에는 ‘최대의 스포츠 성능과 약간의 일상적 유용성’이라는 모토를 적용합니다. 터보에서는 고도의 일상적 유용성을 필수 사항으로, 인상적인 스포츠 기민성을 선택 사항으로 여깁니다.

터보 개발에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한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상당히 협소한 리어 파트에 600마력의 엔진을 장착하고 모든 제한조건에도 안정적 출력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도 난제였죠. 열역학은 복잡합니다. 출력 향상을 위해 우리는 훨씬 큰 터보 차저를 사용했고 적절한 차지 에어 쿨러를 배치해야 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전방 시야가 흐려진다. 비가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흐린 날은 예상치 않았다. 이런 날씨에 프랑크 슈테펜 발리저만큼 뛰어난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체가 예상된다. 오늘은 이 시리즈 생산 책임자가 이야기 한다.

위대함에 대한 존경:

위대함에 대한 존경:

Captain Ahab’s pursuit of the sperm whale Moby Dick is famed around the world. The 935/78 was equally fearsome for race-car drivers.

신형 911 터보가 선구적 역할을 하게 되나요?

선구적 성능은 시간이 좀 지나야 판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터보기술, 사륜구동, 그 밖에 통제력 개선을 위한 PDK 트랜스미션과 대시보드 통합 등의 분야에서 포르쉐가 개발을 계속해왔습니다. 덕분에 신형 터보가 선구적 모델의 반열에 오를 기회를 얻으리라 확신합니다. 톱모델 911 터보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항상 신기술 시리즈 생산을 개척하는 모델로 차세대 911의 미래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신기술로는 무엇보다도 바이패스 밸브를 이용한 터보 차징, 차지 에어 쿨링, 세라믹 브레이크, 가변 터빈 형상(VTG), 적응형 공기역학, 사륜 구동이 떠오르는군요.

포르쉐는 터보 래그 통제에 어떻게 성공했나요?

처음에 이 부분은 전적으로 운전자 책임이었습니다. 커브길에서 나올 때 지연이 생기는 추진력을 가속을 위해 유지시키려면 커브길에서 언제 가속해야 할지 운전자가 판단해야 했습니다. 기술적 전환점은 웨이스트게이트 규정, 차지 에어쿨링, 차저 디멘셔닝, VTG였습니다. 터보 차저에 개선된 흐름 상태를 만들기 위한 가변 터빈 형상은 가솔린 엔진에서 예나 지금이나 포르쉐의 독특한 특징입니다. 훌륭한 주행 능력의 원천이기도 하죠. 그 밖의 중요한 발전은 엔진전자공학과 PDK 트랜스미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견인력을 중단시키지 않는 자동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이용해 스포츠 성능과 편안함의 균형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주행 프로그램 덕분에 기민성과 스로틀 반응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모비딕’의 터보차저 기술과신형 911 터보의 차징에는 공통점이 있나요?

두 경우 모두 터보 차저인 것은 자명하지만, 공통점은 그게 전부입니다. 오늘날 터보의 스로틀 반응은 이전 버전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모비딕’은 운전하기 어려운 괴물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웨이스트게이트로 제어되는 차저가 장착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이와 달리 신형 911 터보의 출력은 매우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호켄하임링이다. 그 시리즈 생산 책임자는 망설임 없이 조종실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물기가 떨어지는 오래된 사랑을 향해 서두른다. ‘모비 딕’과 그는 질척질척한 날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진 두 레이서다.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 호켄하임링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 호켄하임링

The seventh and newest of its kind. In Atlanta, Leipzig, Le Mans, Los Angeles, Silverstone, and Shanghai, Porsche offers its sporty customer base the opportunity to gain qualified experience.

신형 911 터보의 사운드는 어떠한가요?

감동적입니다! 시동을 걸면 911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명확히 듭니다. 스포츠 배기시스템을 옵션으로 장착하면 6기통 사운드가 더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터보 차저는 약간 쉭쉭거리고 가끔 지저귀는 소리를 내도록 설계했습니다.

992의 최신 터보차저는 출력 향상을 위한 것인가요? 연비 최적화를 위한 것인가요?

두 가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신형 911 터보는 매우 긴 주행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일상에서 유용합니다. 최고 출력이 필요할 때는 차저 2개가 기민하게 대량의 공기를 연소실로 공급합니다.

새로운 타이어 온도 디스플레이는 레이싱 스포츠에서 도입한 장치인가요?

레이싱 트랙에서 유래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입니다. 다른 시스템과 더불어 주행 성능, 즐거움, 안전에 기여하기 때문이죠. 타이어와 도로의 접촉면은 대개 손바닥보다 넓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타이어 온도 디스플레이는 바퀴 헛돌기 등의 특정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중요한 정보를 신속히 보여주지 않았죠. 신형 911 터보에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순수한 측정 이외에도 소프트웨어로 타이어 온도를 모델링하여 이제는 매우 정밀하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행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적절한 타이어가 장착된 고성능 스포츠카가 있다고 합시다. 하지만 타이어가 너무 차가우면 운전자는 기대하는 출력을 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타이어 공기압, 습도, 온도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답변해 주세요. 언젠가 연소엔진이 장착된 훨씬 강력한 포르쉐 911 터보가 나오리라 생각하십니까?

신형 모델이 완성되면 엔지니어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이보다 더 좋게 만들 수는 없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모색하며, 다른 향상 가능성을 찾아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가능성의 한계를 늘 새롭게 정의해 왔습니다. 탐구를 멈추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SideKICK: 현재의 935

프랑크 슈테펜 발리저의 지휘아래 2018년 전설적인 포르쉐 935/78 ‘모비딕’에 헌정하는 차가 개발됐다. 클럽스포츠 레이싱카인 신형 935는 레이싱 적합성이나 도로 주행 승인 조건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엔지니어들에게 흔치 않은 자유였다. 최고 출력515kW(700마력)의 신형 935는 991세대 포르쉐 911 GT2 RS를 기초로 ‘모비딕’에서 길게 뻗은 차와 그 밖의 수많은 디자인 요소를 인용했다. 신형 935 탄생은 포르쉐 스포츠카 70주년을 맞이해 포르쉐 스포츠 팬들에게 바치는 선물이다. 한정판 77대가 모두 출시 되자마자 팔렸다.

Heike Hientzsch
Heike Hientzs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