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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6월, 르망 24시 경주의 두 번째 퀄리파잉: 포르쉐가 인간에 의해 조종된 레이싱카로 거둔 최후의 승리를 자축한다.
포르쉐가 사람이 운전하는 레이스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13년 전인 2035년 오스트리아 르망 24시간 레이싱이 마지막이었다. 이 대회가 있기 3년 전부터 프랑스 북서부의 13.629km의 르망 코스에는 전기 유도 장치 설치가 한창이었다. 모터스포츠의 미래를 바꾸는 선구적인 작업이었다. 당시 전기 유도 창치 기술은 걸음마 단계였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35년 6월 스타팅 필드에 서있는 레이싱카는 오로지 전기로만 구동된다. 무인 자동 르망은 클래스 1로 불리는 종목이다. 아직은 5개 제조사가 승부를 겨룬다. 앞으로 참여 하는 제조사가 늘어나겠지만 아직은 많지 않다. 5개의 제조사 중에는 포르쉐도 있다. 포르쉐는 무인 경주 외에도 LMP1 HS(호모 사피엔스) 종목에도 참가한다. 이 종목에서는 무인 자동차와 사람의 대결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운전하는 925 E의 숙제는 무인 자동차에는 없는 레이서, 조종 장치, 필수 안전 장비로 증가한 중량을 감당하는 것이다. 레이서는 몸무게를 50kg로 감량했다. 에너지 흡수 고분자 경량복을 착용해 추가 무게는 100kg 정도가 나왔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무인 자동차에 100kg의 밸러스트를 추가로 적재 한다. 첫 경주에서 무인 레이싱카 다섯 대가 모두 925 E를 앞질렀다.
인간이 기계에 이긴 마지막 레이싱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주는 땅거미가 내릴 무렵에 시작됐다. 포르쉐의 유인 레이싱카가 세 번째 스타팅 포인트에 서있다. 앞뒤에는 각각 2대의 무인 레이싱카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레이서가 경쟁차들의 행방을 묻는다. “안전 경보 1과 3 발령, 출발 불허, 차량 두 대가 피트로 귀환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두 대의 경쟁 차량이 사라진 것이다. 첫 번째 난코스는 던롭 커브(Dunlop Curve)와 테르트르 루주(Tertre Rouge)다. 4륜 레이싱카가 2,000뉴턴미터의 엄청난 토크로 곡선로에서 튀어나와 긴 유노디에르(Hunaudières) 직선로로 돌진한다. 속도가 352km/h까지 올라갔다. 이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두 번째 코스 바로 앞에서 여우 한 마리가 코스로 뛰어든 것이다. 앞서 달리는 무인 레이싱카에 장착된 열화상 카메라가 여우를 감지하고 경고를 보낸다. 도망치는 여우가 방향을 바꾸자 즉시 반대로 방향을 바꾼다. 무인 레이싱카 우측 뒷바퀴가 연석에 부딪혀 왼쪽으로 돌면서 멈춘다. 또 다른 무인 레이싱카가 들어섰다. 여우가 헤드라이트에 놀라 다시 방향을 바꿨다. 두 번째 무인 레이싱카가 여우를 피해 가드레일과 부딪히며 불꽃을 일으킨다. 유인 레이싱카가 도착했을 때는 여우가 달아난 뒤였다. 유인 레이싱카인 LMP1 HS는 3분 11초 911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한다. 벤야민 카라츄가 무인 자동차들을 상대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인 날이 바로 인간이 르망 퀄리파잉에서 마지막으로 기계에 승리한 날이었다.
2035.06.07.
르망 24시간 레이싱
24시간 서킷, 르망
벤야민 카라츄, 포르쉐 전속팀
13.629km의 코스 길이
포르쉐 925 E